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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해준의 스포츠 멘탈코칭] 핸드볼 국가대표 이동명 "골키퍼는 골 먹는 직업"

한국멘탈코칭센터 대외협력팀 2020.12.03 17:11 조회 2127
[소해준의 스포츠 멘탈코칭] 핸드볼 국가대표 이동명 "골키퍼는 골 먹는 직업"

선수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스포츠 멘탈코칭’ 전문가 소해준입니다. 저는 프로선수들부터 유소년까지 다양한 종목의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며 그들의 멘탈 및 심리적 성장을 돕는 일을 합니다. 본 칼럼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스포츠 멘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내용 또한 제가 선수들에게 직접 들은 답변만을 싣고 있습니다. 오늘도 대한민국 선수들의 멘탈 강화를 응원합니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소해준 칼럼니스트] 핸드볼 코트는 농구 코트보다 크고 축구 코트보다 작다. 한 경기에 60~70골이 나오고 공수 전환이 무척 빠르다. 적정선 내에서 상대선수 옷을 잡거나 몸을 미는 것도 허용된다. 매우 다이나믹한 종목이 바로 핸드볼이다. 

어느 종목이나 그렇지만 핸드볼 한일전도 치열하다. 숨막혔던 승부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핸드볼 3·4위전이었다. 한국이 24-23로 이겨 동메달을 딴 일전이다. 한국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은메달에 이어 두 대회 연속 포디엄에 올랐다. 

이동명(오른쪽). [사진=연합뉴스]

 

영광의 중심엔 국가대표 골키퍼 이동명(37·충남도청)이 있었다. 그가 선방쇼를 펼쳤기에 짜릿한 한일전 승리를 맛볼 수 있었다. 아시안게임 같은 큰 대회에서 가진 기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바로 멘탈이다. 

아래는 필자가 이동명에게 직접 묻고 들은 답변이다.

"보통 골키퍼는 골을 막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저는 골키퍼는 골을 먹는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핸드볼 경기 보세요. 한 경기당 도합 60골 이상 나오는데 어떻게 아예 안 먹힐 수가 있겠어요? 대신 저는 상대편 골키퍼보다는 한두 골 덜 먹으려고 노력한다는 겁니다. 실점하고 나서는 후회할 필요가 없어요. 대신 왜 먹혔는지 알고 다음 걸 준비하는게 중요한거죠."

이동명이 내린 골키퍼의 정의가 남다른데 스페인 국가대표 골키퍼 출신 포르투 자흐마가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대표팀 때 스페인 출신 골키퍼 코치가 저를 지도한적 있어요. 그때 멘탈의 중요성을 느꼈어요. '이렇게 멘탈을 관리해야 되는구나!' 하고요. 그분은 실점해도 뭐라 하지 않아요. '다음 거 준비해!' 라고 해요.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이런 건 잘 안 됐다, 이렇게 보강해야 한다'고 말해주죠. 그런데 우리나라 문화는 '왜 골 먹었어! 막았어야지!’ 하고 바로 질책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스페인 코치님은 평소에도 선수들에게 멘탈관리를 강조했어요. 운동 나가기 전 거울 속 나를 보며 ‘내가 최고다! 내가 제일 잘한다!’라고 외치고 나가라 하셨죠. 이렇게 하면 자신감이 더 생긴다는 설명과 함께요.”

필자도 공감하는 바가 많다. 한국은 최근에야 지도자들이 ‘운동선수 멘탈’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구시대적 사고에 갇혀 선수들이 실수를 저지르면 즉시 나무라는 지도자들이 있다. 심지어 그 질책이 선수들로 하여금 독기를 품고 더 열심히 하게 만들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 이들도 더러 있다. 

이동명(왼쪽). [사진=연합뉴스]

 

스포츠심리학이 발달한 유럽은 다르다. 선수가 잘못하면 다음 선택을 도울 뿐이다. 선수들이 실수 후 소심해지는 까닭이 어려서부터 대개 실수하면 질책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긴장과 불안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 선택지가 있으면 선수들은 달라진다. 실수는 이미 지나간 것이다. 닥쳐올 상황에서 자신이 집중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깨닫고 선택하면 그 수행을 위해 집중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멘탈력'이다.

이동명은 핸드볼 28년 차다. 수많은 경험 속에 자신만의 노하우를 형성한 베테랑이다. 그런데 이 노하우를 시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준 걸까? 아니다. 배우려는 주도적 자세와 자기성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피지컬과 기술향상을 위한 피나는 노력에 멘탈관리를 얹었다. 남들보다 멘탈력에서 한 발 앞서 있다. 핸드볼에 누구보다 진심인 이동명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