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에게 꼭 필요하지만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스포츠 멘탈코칭’ 전문가 소해준입니다. 저는 국가대표 선수들부터 유소년까지 다양한 종목의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며 그들의 멘탈 및 심리적 성장을 돕는 일을 합니다. 본 칼럼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스포츠 멘탈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내용 또한 제가 선수들에게 직접 들은 답변만을 싣고 있습니다. 오늘도 대한민국 선수들의 멘탈 강화를 응원합니다! [편집자 주]

[스포츠Q(큐) 소해준 칼럼니스트]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스포츠 폭력은 사실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악습으로 운동선수 인권이 강조되는 2021년까지도 음지에서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다. 

필자는 이전 칼럼에서 스포츠 폭력의 유형을 언급했는데,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폭력은 대부분 신체적·물리적 폭력이다. 이런 방식은 하루아침에 발생하지 않는다. 따돌림 같은 정서적 폭력, 욕설 등 언어적인 폭력으로 시작돼 신체적 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폭력은 복합적으로 섞여 그 정도가 세진다. 

필자는 현장에서 선수들을 많이 만난다. 때문에 미디어에 거론된 가해자 선수까지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꼭 1:1 멘탈코칭이 아니더라도 팀 전체를 상대로 한 멘탈강의나 각종 교육 등에서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들과 대화해보면 공통적으로 '당위적 사고'가 강하게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위라는 건 ‘마땅히 그렇게 하거나 되어야 하는 것’을 뜻한다. 영어로는 'Must'로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를 개발한 미국의 심리학자 알버트 엘리스는 당위적 사고를 '꼭 해야 한다는 주의'라고 설명했다. 보다 쉽게 말해 '내가 무엇인가에 대해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한다고 굳게 믿는 신념’이라 볼 수 있다.

내가 어떠한 당위적 사고를 지니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내가 주로 사용하는 언어를 검토해보면 된다. 친구와의 대화를 녹음해서 분석해봐도 좋고, 카카오톡 등 메신저에 남긴 메시지를 훑어봐도 좋다. 나의 언어 중에 ‘반드시, 결코, 모든 사람들은, 완전히, 절대’ 같은 단어가 들어가면 이는 당위적 사고나 다름없다. 혹은 “그 선수는 왜 행동이 느려? 사람이 그렇게 느려서 되겠어?”, “운동선수가 저러면 절대 안되지. 쟨 정신 좀 차려야 될듯해”, “나는 이번 시즌에 반드시 주전이 될거야. 안 된다는 건 말이 안돼" 같이 문장 속에 당위성이 자연스레 녹아들 수도 있다.

당위적 사고가 ‘나’를 향하는 것은 문제될 게 없다. 그 덕분에 의지가 강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당위적 사고가 ‘타인’이나 ‘세상’으로 향하면 문제가 된다. 내가 정해놓은 생각의 틀 안에 타인과 세상을 끼워 맞추다보니 다른 사람들이 그릇돼 보이고, 옳지 않다고 판단하게 된다. 

이렇게 외부를 향한 나의 당위적 사고가 강하면 강할수록 타인과 세상에 불만이 쌓인다. 성격이 강한 선수들의 경우 마음에 들지 않는 게 많아질수록 표현을 여과없이 하게 된다. 그러면서 인간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심하면 타인에게 정서적·언어적, 나아가 신체적 폭력을 가하게 된다. 

그래서 필자는 1:1 멘탈코칭을 할 때 선수들의 언어에서 어떤 당위적 사고가 있는지 파악한다. 특히나 단체종목일 때는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팀 응집력 강화 워크숍을 추천한다. 전문 교육과정을 통해 선수들은 스스로 자신의 당위적 사고를 알아차릴 수 있고, 다른 선수에 대한 이해력, 수용력을 넓힐 수 있게 된다. 이는 선수끼리는 물론이고 지도자와 선수간에도 필요한 과정이다. 

한 인간이 쌓아온 당위적 사고를 한순간에 바꾸기는 어렵다. 하지만 타인을 이해하고 다름을 수용하는 멘탈을 지니게끔 훈련한다면 불미스러운 일이 줄어들 것이다.

소해준 멘탈코치

- 스포츠Q(큐) 칼럼니스트
- 한국멘탈코칭센터 대표 멘탈코치
- 2019 K리그 전남드래곤즈 멘탈코치
- 2020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전임감독 필수교육 멘탈코칭 강사
- 2020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능력개발 교육 멘탈코칭 강사
- 중앙대학교 스포츠운동 심리 및 상담 박사과정

소해준 칼럼니스트